
귀를 씻거나 면봉으로 닦을 때 노란 귀지가 묻어나오면 지저분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귀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귓구멍 피부를 보호하고 이물질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줄이는 자연스러운 물질입니다.
귀지는 귓구멍 주변의 분비물과 떨어져 나온 피부 세포 등이 섞여 만들어집니다. 피부를 부드럽게 유지하고 외부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며, 귀 안쪽 피부가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따라 조금씩 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래서 특별한 불편이 없다면 귀지를 매번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AAO-HNS)의 2017년 귀지 막힘 진료지침도 증상이 없고 귀 안을 확인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귀지는 그대로 두어도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지침은 귀지가 귀의 자연스러운 청소 과정과 보호 기능에 관여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즉, 귀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귀 안을 완전히 비우는 일이 아니라 귀지가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는 것입니다.
1. 귀지는 왜 생기고, 어디까지 닦아야 할까?
귀지는 귓구멍 피부의 피지와 분비물, 오래된 피부 세포 등이 섞여 만들어집니다. 외부 먼지나 작은 이물질이 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줄이고,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귀 안쪽 피부는 바깥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에 귀지도 함께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씹거나 말할 때 턱이 움직이는 것도 이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샤워 후 면봉으로 귀 안을 닦아내는 습관은 괜찮을까요?
귓바퀴와 귓구멍 입구에 묻은 물기나 귀지만 부드럽게 닦는 것은 괜찮지만, 면봉을 깊숙이 넣어 청소하는 행동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면봉이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거나 귓구멍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복해서 자극하면 가려움과 염증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귀지가 많아 보여도 억지로 파내기보다는 귀 바깥쪽만 관리하고 안쪽은 자연 배출에 맡기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귀가 막힌 느낌이 들거나 청력이 떨어지고, 통증·심한 가려움·분비물이 나타난다면 귀지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귀지 막힘뿐 아니라 염증이나 다른 귀 질환일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궁금한 점 | 확인할 내용 |
| 귀지가 조금 보이면 제거해야 할까? | 불편이 없다면 억지로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
| 면봉은 어디까지 사용해도 될까? | 귓바퀴와 입구 주변까지만 부드럽게 닦습니다. |
| 귀가 먹먹하면 귀지 때문일까? | 귀지 외의 원인도 있어 진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
| 귀이개로 깊게 파도 될까? | 피부 손상과 귀지 밀림 위험 때문에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
귀지가 귀길을 막아 청력 저하나 불편을 일으키거나, 의료진이 고막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귀 상태에 따라 의료진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과거 귀 수술을 받았거나 고막 천공이 의심되는 사람은 임의로 세척하거나 귀지 제거제를 사용하기 전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2. 마른 귀지와 젖은 귀지, 유전적으로 달라질까?
귀지를 보면 바스러지는 형태도 있고 끈적하고 촉촉한 형태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귀를 얼마나 자주 청소했는지에 따라 생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ABCC11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귀지 형태에 영향을 줍니다.
2006년 《Nature Genetics》에 발표된 연구 ‘A SNP in the ABCC11 gene is the determinant of human earwax type’은 ABCC11 유전자의 한 염기 변이가 마른 귀지와 젖은 귀지의 차이를 결정하는 데 관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진은 마른 귀지와 관련된 유전자형과 젖은 귀지에 해당하는 유전자형의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2009년 《The FASEB Journal》에 발표된 연구도 ABCC11 변이가 귀지 형태와 연결되는 생물학적 기전을 설명했습니다.
이 결과가 알려주는 것은 귀지의 모양만으로 청결 상태나 건강 수준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른 귀지라고 해서 귀가 더 깨끗한 것도 아니고, 젖은 귀지라고 해서 병이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귀지 형태는 타고난 특성의 영향을 받으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해 관리 방법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귀지가 자주 쌓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면봉이나 귀이개로 자주 파내는 습관부터 줄여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청기나 이어폰 사용, 귓구멍 구조, 피부 상태 등에 따라 귀지가 쌓이거나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복적으로 막히거나 청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귀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관리 간격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거나 심한 어지럼, 통증, 고름이나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타나면 단순한 귀지 문제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귀지는 자연스러운 보호 물질이지만, 증상이 생겼을 때 원인을 확인하는 일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이번 연구와 진료지침을 일상에 적용하면 관리 기준은 단순해집니다. 귀지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매일 파내기보다, 불편이 있는지 살피고 필요할 때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귀 건강은 지나친 청소보다 적절한 관찰과 자극을 줄이는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참고자료
- Schwartz SR,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Updat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17년 1월 3일 발표. 미국 이비인후과학회(AAO-HNS) 진료지침.
https://www.entnet.org/quality-practice/quality-products/clinical-practice-guidelines/cerumen-impaction/ - Yoshiura K, Kinoshita A, Ishida T, et al. A SNP in the ABCC11 gene is the determinant of human earwax type. Nature Genetics. 2006년 1월 29일 온라인 발표, 38권, 324–330쪽. 일본 나가사키대학교 등 연구진.
https://www.nature.com/articles/ng1733 - Toyoda Y, et al. Earwax, osmidrosis, and breast cancer: why does one SNP (538G>A) in the human ABC transporter ABCC11 gene determine earwax type? The FASEB Journal. 2009년 4월 21일 온라인 발표, 23권 6호, 2001–2013쪽. 도쿄공업대학교 등 연구진.
https://pubmed.ncbi.nlm.nih.gov/19383836/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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