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환자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검사와 치료를 받으면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환자 안전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를 의료서비스를 받는 대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안전한 의료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장기간 여러 의료기관과 진료과를 이용하고 반복적으로 검사와 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건강정보를 정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먹는 약과 검사 결과,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이유
환자 안전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복용 중인 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할 때는 처방약뿐 아니라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까지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약 이름과 용량을 모두 기억하기 어렵다면 처방전이나 약 봉투를 휴대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해 두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약을 처방받았다면 어떤 질환이나 증상에 사용하는 약인지, 얼마나 복용해야 하는지, 기존에 먹던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증상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는 부작용이 무엇인지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WHO 역시 환자에게 자신의 약을 확인하고 건강정보와 복용약, 검사 결과, 진료 일정을 기록하는 등 스스로 정보 관리자가 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등을 받은 뒤 병원에서 별도의 연락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결과가 정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WHO는 검사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결과가 언제 나오며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두라고 안내합니다.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면 이후 어떤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지도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러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이전 검사 결과와 진단 내용이 새로운 의료진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퇴원과 병원 이동 때 환자 안전을 지키는 방법
환자 안전에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은 입원이나 퇴원,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새로운 진료과로 이동하는 순간입니다. 의료진이나 치료 장소가 바뀌는 진료 전환 과정에서는 기존에 복용하던 약이나 검사 결과, 치료 계획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WHO는 특히 만성질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치료받는 과정에서 진료 정보가 누락되거나 치료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 시점에 환자와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입원할 때는 기존에 복용하던 약 가운데 계속 먹어야 하는 약과 중단해야 하는 약을 확인하고, 입원 중 새롭게 추가된 약이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퇴원할 때는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퇴원 후 복용해야 하는 약의 이름과 복용 시간, 복용 기간을 확인하고 다음 진료 날짜와 검사 일정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에게 연락해야 하는지도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다시 질문하거나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의료진에게 되짚어 확인하는 것도 환자 안전을 위한 중요한 행동입니다.
국내에서도 환자안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2024년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에서는 상급종합병원 5곳과 종합병원 5곳에서 퇴원한 성인 환자 5,000명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565명에서 612건의 위해사건이 확인됐습니다.
환자의 11.3%에서 위해사건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28.3%는 예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가장 많이 확인된 유형은 환자 관리·간호 관련, 약물·수액·혈액 관련, 수술·시술 관련 사건 등이었습니다. 다만 이 조사에서 확인된 위해사건이 모두 의료진의 과실이나 의료사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안전은 의료진의 책임을 환자에게 넘기는 개념이 아닙니다. 정확한 환자 확인과 안전한 약물 사용, 감염 예방, 검사 결과 관리 등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갖춰야 할 중요한 안전체계입니다.
동시에 환자도 자신의 증상과 복용약,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함으로써 의료진과 안전한 치료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약을 기록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입퇴원 때 치료 계획을 다시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환자 안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